뒤숭숭
문화(Culture)라는 말이 경작(Culture)에서, 문명(Civilization)이라는 말은 도시(City)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어우러져 그들의 관습과 규범을 규정하고, 공동의 선과 가치를 곡식 경작하듯 추구하는 무형의 행위와 그 결과가 문화일 것이고, 어우러져 서로 부대낀 결과 필요에 의하여 주변의 물질과 환경을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개발해가는 것이 문명이라는 이야기 일 것이다. 문화와 문명이란 고답적인 말로 폼나게 써보고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님을 먼저 말씀드린다.
북미 한 작은 시골에서의 삶은 단출하다. 그것도 바쁠 일 없는 소규모 자영업의 생활이란 단순 하기까지 하다. 스마트폰이 대세라는 요즈음에 스마트폰은 커녕 피처폰도 없는 나는 유선전화 하나뿐이고, 부팅시간만 5분 넘게 걸리는 10년은 족히 된 컴팩 노트북이 무선 인터넷을 지원하지 않더라도, 유선 인터넷이라도 할 수 있음을 다행이라 여기며, 많은 이들의 초미의 관심사인 미국의 금리 인상에, 미국과의 비즈니스와 또한 그곳에 갈 일도 없는 나는 관심은 커녕 뜬금없이 또 별스러운 짓들도 하고 있다고만 생각한다.
스마트폰이 없으니 이것이라도 이용하라며 딸아이가 장만해준 GPS도 번거로워 여태 지도책 찾는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캐나다의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어도 그녀가 쓴 책 한 권 넘겨보지 않았고, 캐나다의 젊은 총리가 시리아 난민들을 대거 받아 들인다는 소식엔 무슬림들이 모여들면 꽤 골치 아플 텐데 왜 저런 일을 저지르느냐고 걱정만 했다.
발도, 어깨도 적당히 담그고 부딪치며 조금은 적극적으로 살아야 하는 것일 텐데.
오후에 고객 한 분이 말끔히 차려입고 들어왔다. 어쩐 일이냐고 했더니 로이 톰슨 홀의 연말 음악회에 간다고 한다.
그럴듯하게 차려입은 부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문화와 문명이라는 단어가, 나만이 동떨어진,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세계에서 일어나는,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 이라는 낯섦이 순간 문득 든다.
노심초사 나의 꿈인
골이 깊은 홍천강 계곡, 인적도 드문 충추호변, 바람만 드센 제주 영실의 산자락에서, 호젓이 터 잡아 텃밭에 상추 심고, 낛시대 하나만 챙기다 보면 문화와 문명이란 것과 동떨어지게 되는 것일까?
잘 차려입은 중년의 부부 탓에 오늘은 뭐가 뭔지 뒤죽박죽 뒤숭숭한데, 년말 탓인가 왜 이리 심란하노. (Dec. 2015) |